‘가난한 교회’의 두 얼굴: 가톨릭 성직자의 실질 소득과 특권 구조
가톨릭 교회는 오랜 시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가난한 교회’를 표방해 왔다. 특히 성직자들은 ‘청빈과 검소’의 삶을 살아간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월급 200만 원도 안 되는 박봉”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생활 수준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이미지는 다소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겉은 박봉, 속은 고소득? 실질 가처분 소득은 ‘넉넉’
초임 신부의 현금 급여는 월 150만~200만 원 수준이다. 언뜻 보면 적은 금액처럼 보이지만, 주거비, 식비, 교통비, 의료비 등 거의 모든 생활비를 교회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급여가 ‘용돈’처럼 자유롭게 쓰일 수 있다. 일반 직장인이 같은 급여를 받더라도 각종 고정비용으로 상당액을 지출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한 교구 신부는 “차량 유지비와 활동비 포함 150만 원을 받는다”고 했지만, 사제관에서 무료로 거주하며 식사 제공까지 받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 소득은 그 이상이다. 이런 구조 덕분에 일부에서는 성직자들의 생활 수준이 외형보다 상당히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커지는 ‘현물 복지’
가톨릭 성직자의 경제적 지원은 서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초임 신부가 기초적인 생활 지원을 받는 데 그친다면, 주임 신부, 주교, 추기경으로 올라갈수록 제공되는 혜택은 점점 호화로워진다.
초임 신부 | 약 150만~200만 원 | 무료 주거, 식사, 의료비 전액, 일부 차량 지원 |
주임 신부 | 초임과 비슷 | 미사 예물 수입 분배, 은퇴 후 주거 지원 등 |
주교/대주교 | 추정 월 200만 원 이상 | 관저, 전용차, 운전기사, 비서 등 제공 |
추기경 | 바티칸 근무 시 약 €5,000(세금 면제) | 고급 관저, 전담 요리사, 비서진 등 최고급 지원 |
특히 바티칸 소속 추기경은 매달 약 700만 원 상당의 비과세 생활비를 받고, 호화 관저, 전용차, 의전 지원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서울대교구 등 주요 교구의 추기경과 주교들은 고급 차량, 사제 전용 관저, 각종 생활 지원을 받으며, 일반 기업 임원 못지않은 복지 혜택을 누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물 복지의 그림자: 청빈의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
교회는 성직자의 낮은 급여를 ‘검소한 삶’의 상징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사실상 ‘현금 외 고급 복지’를 제공하며 실질 소득을 높이는 구조는 일반 기업의 복지 시스템과 유사하다. 예컨대 일부 교구에서는 은퇴 신부에게 1억 원 상당의 주택 임차자금을 무이자로 대여하고, 평생 의료비도 전액 부담한다. 이는 결혼하지 않고 자녀 부양 의무도 없는 성직자에게 큰 경제적 혜택이 된다.
이러한 구조에 대해 “배고파 죽은 신부는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기본적인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는 만큼 성직자들은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누린다는 분석도 있다.
교회 재정의 투명성, 이제는 공론화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성직자들에게 “호화로운 생활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부임 초기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소박한 숙소에 머무르며 검소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여전히 그와는 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표적 사례는 독일의 한 주교가 교회 자금 약 430억 원을 들여 사치스러운 주교관을 지은 사건이다. 이처럼 폐쇄적 재정 운용은 특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한국 천주교회 역시 “가난한 성직자”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울대교구는 2016년 기준 7,214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부유한 조직이며, 매년 수백억 원의 헌금과 기부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 막대한 재정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신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교구 재무제표상 성직자 인건비 항목은 극히 일부이며, 관저나 차량 유지비는 따로 분류되지 않아 외부에서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가난한 교회’를 위한 진정한 개혁 필요
현재의 성직자 처우는 명목상 급여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대부분의 생활이 교회로부터 지원되기 때문에 실질 소득은 훨씬 높으며, 특히 고위 성직자들은 세속 엘리트에 버금가는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현실과 청빈을 강조하는 교회의 공식 메시지 사이에는 뚜렷한 괴리가 존재한다.
따라서 교회는 이제 신자들이 낸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고위 성직자들의 특권적 처우에 대해 내부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진정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말뿐인 청빈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